계절옷을 정리하다 보면 리빙박스가 부족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수납함을 새로 사기는 애매하고, 집에 있는 큰 비닐봉지나 쇼핑백에 옷을 넣어두면 간단하게 해결될 것처럼 보인다.
나도 예전에는 여름옷이나 잘 입지 않는 옷을 큰 비닐봉지에 넣어 옷장 위쪽에 올려둔 적이 있다. 입구를 꽉 묶어두면 먼지도 들어가지 않고 습기도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몇 달 뒤 꺼내보니 옷이 심하게 구겨져 있었고 봉지를 여는 순간 답답한 냄새가 느껴지기도 했다. 그때부터는 일반 비닐봉지와 장기 보관용 수납용품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비닐봉지는 옷을 말려주는 공간이 아니다
비닐봉지에 옷을 넣고 입구를 묶으면 외부의 먼지를 막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옷에 남아 있는 습기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세탁한 옷이 완전히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비닐봉지에 넣으면 내부에 남은 습기가 빠져나가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후드티의 모자 부분이나 바지 주머니, 두꺼운 허리밴드는 겉보다 늦게 마를 수 있다.
나는 이제 비닐이든 리빙박스든 보관 용기를 선택하기 전에 옷이 완전히 건조됐는지부터 확인한다.
조금이라도 축축하거나 차갑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넣지 않고 더 말린다.
일반 비닐봉지와 압축팩은 다르다
일반 비닐봉지에 옷을 넣고 공기를 빼면서 눌러 담으면 압축팩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두 제품의 용도는 다르다.
압축팩은 일반적으로 공기를 빼고 보관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수납용품이지만 일반 비닐봉지는 그런 용도로 제작된 제품이라고 볼 수 없다.
그렇다고 압축팩이라면 모든 옷을 장기간 넣어도 된다는 의미도 아니다.
패딩이나 두꺼운 니트처럼 형태와 충전재가 중요한 의류는 압축 보관이 적합한지 옷의 케어라벨과 제조사의 관리 안내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옷을 너무 눌러 담으면 꺼낼 때 불편하다
비닐봉지는 형태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옷이 들어간다.
나도 예전에는 빈 공간이 보일 때마다 티셔츠와 바지를 추가로 넣었다. 마지막에는 무릎으로 눌러가며 입구를 묶기도 했다.
공간은 줄었지만 다음 계절에 열어보면 문제가 생겼다.
아래쪽 옷은 심하게 구겨져 있고 원하는 옷 하나를 찾으려면 봉지 전체를 뒤집어야 했다. 어떤 옷을 넣었는지도 겉에서는 쉽게 확인하기 어려웠다.
지금은 장기간 보관할 옷이라면 종류별로 나누고 나중에 다시 꺼내기 쉬운지도 함께 생각한다.
얇은 비닐은 보관 중 손상될 수도 있다
일반 비닐봉지를 여러 번 사용하다 보면 작은 구멍이나 찢어진 부분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지퍼나 단추처럼 튀어나온 부분이 있는 옷을 많이 넣으면 비닐에 부담이 갈 수 있다.
옷장 위나 침대 밑에서 봉지를 꺼내다가 다른 물건에 걸려 찢어지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일반 비닐봉지를 임시로 사용한다면 사용하기 전에 찢어진 곳이나 오염이 없는지 확인한다.
장기간 보관할 목적이라면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옷을 보호하기 편한 수납함 등 다른 방법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다.
세탁소 비닐도 그대로 장기 보관하지 않는다
세탁소에서 옷을 찾아오면 얇은 비닐 커버가 씌워져 있는 경우가 있다.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으니 그대로 옷장에 넣어두면 편해 보인다. 나 역시 예전에는 먼지가 묻지 않으니 벗길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탁소에서 제공되는 포장재가 장기간 보관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는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의류를 장기 보관할 때는 세탁업체나 의류 제조사의 안내를 확인하고 옷의 소재에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는 편이 좋다.
단순히 비닐이 씌워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습기 관리까지 해결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닐봉지를 바닥에 바로 두는 것도 확인한다
비닐봉지에 넣은 옷을 침대 밑이나 옷장 바닥에 그대로 놓는 경우도 많다.
이때는 봉지뿐 아니라 바닥 상태도 살펴봐야 한다.
물걸레로 청소한 직후라면 충분히 건조한 다음 옷을 놓고, 외벽과 가까운 곳이라면 결로나 습기 흔적이 없는지도 확인한다.
특히 베란다처럼 온도와 습도 변화가 큰 장소에 비닐봉지만 믿고 계절옷을 장기간 보관하는 것은 신중하게 결정하는 편이 좋다.
보관 용기가 무엇이든 주변 환경의 영향을 완전히 없애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제습제를 비닐봉지 안에 무작정 넣지 않는다
비닐봉지 안의 습기가 걱정돼 제습제를 함께 넣고 입구를 묶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제습제는 제품마다 사용할 수 있는 공간과 사용 방법이 다르다.
특히 물이 모이는 형태의 제품을 옷과 함께 불안정하게 넣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제품이 넘어지거나 손상되면 내용물이 옷에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건조제 역시 포장 상태와 사용 용도를 확인한다.
제습제를 넣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깨끗하고 완전히 건조된 옷을 적절한 환경에 보관하는 것이다.
내가 직접 해보면서 바꾼 방법
예전에는 큰 비닐봉지에 옷이 많이 들어가면 수납을 잘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며칠 정도 임시로 둘 옷과 몇 달 동안 보관할 계절옷을 구분해서 수납 방법을 선택한다.
장기 보관할 옷은 공간을 조금 더 사용하더라도 상태를 확인하고 다시 꺼내기 편한 방법을 우선하게 됐다.
일반 비닐봉지가 무조건 나쁜 수납 방법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잠깐 옷을 옮기거나 정리 과정에서 임시로 사용하는 상황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몇 달 동안 계절옷을 보관할 목적이라면 단순히 입구를 묶어두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다.
옷의 건조 상태와 소재, 비닐의 상태, 보관 장소까지 함께 살펴보고 장기간 보관에 적합한 방법인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핵심 요약
일반 비닐봉지에 넣는다고 옷에 남아 있는 습기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계절옷은 어떤 보관 용기를 사용하든 충분히 건조한 상태로 넣는 것이 먼저다.
일반 비닐봉지와 압축팩은 용도가 다르며, 압축팩도 모든 의류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장기간 보관할 때는 옷을 지나치게 눌러 담지 말고 다시 꺼내기 편하도록 나누어 정리한다.
비닐만 믿기보다 침대 밑이나 옷장, 베란다 등 실제 보관 장소의 습기 상태도 함께 확인한다.
다음 편 예고
다음 15편은 이번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계절옷을 상자에 넣는 순간부터 다음 계절에 다시 꺼내 입을 때까지 전체 과정을 체크리스트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세탁, 건조, 제습제, 보관 장소와 중간 점검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정리하겠습니다.
여러분은 계절옷을 장기간 보관할 때 리빙박스, 압축팩, 비닐봉지 중 어떤 방법을 가장 자주 사용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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