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청소를 마음먹고 문을 열었는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했던 적이 있다. 선반부터 닦아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오래된 반찬부터 버려야 할 것 같기도 하다. 나도 처음에는 보이는 곳부터 닦았다가 안에 있던 식재료를 계속 옮기느라 오히려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냉장고 청소는 열심히 닦는 것보다 순서를 정해 놓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번에 완벽하게 정리하려고 하기보다 비우기, 분류하기, 닦기, 다시 넣기의 흐름으로 진행하면 훨씬 수월하다.
1. 청소부터 하지 말고 냉장고 상태부터 확인한다
냉장고 문을 열자마자 행주를 들고 선반을 닦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음식물이 가득 들어 있는 상태에서는 청소할 공간이 부족하다.
먼저 냉장실 전체를 가볍게 살펴보자.
오래 보관한 반찬이 있는지
내용물을 알 수 없는 밀폐용기가 있는지
채소가 물러 있지는 않은지
소스나 음료가 새어 있는 곳은 없는지
바닥이나 선반에 끈적한 자국이 있는지
이렇게 전체 상태를 먼저 확인하면 어느 부분에 시간이 많이 필요한지 예상할 수 있다.
특히 냉장고 깊숙한 곳은 평소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앞쪽 음식만 보고 청소를 끝내지 말고 뒤쪽까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2. 음식물을 종류별로 꺼낸다
두 번째 단계는 냉장고 안의 내용물을 꺼내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무 음식이나 보이는 대로 꺼냈는데, 그렇게 하면 나중에 다시 넣을 때 또 시간이 걸렸다. 이후에는 종류를 나눠 꺼내는 방식으로 바꿨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반찬과 조리된 음식
채소와 과일
음료와 유제품
소스와 양념류
기타 식재료
비슷한 종류끼리 모아두면 어떤 식재료가 중복되어 있는지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상하기 쉬운 음식은 실온에 오랫동안 두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청소 시간이 길어질 것 같다면 보냉백이나 아이스박스 등을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3. 버릴 음식은 상태와 표시사항을 확인한다
냉장고 청소에서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부분이 바로 음식 정리다.
날짜만 보고 기계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제품의 소비기한이나 보관방법 등 표시사항과 실제 보관 상태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개봉한 제품은 표시된 기한과 실제 보관 가능 기간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식이나 언제 넣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음식이 반복해서 나온다면 다음부터는 용기에 날짜를 표시해 두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먹을지 말지 애매한 식품은 무리해서 섭취하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4.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청소한다
내용물을 정리했다면 본격적으로 내부를 닦는다.
냉장고 내부는 위쪽 선반부터 아래쪽으로 내려오면서 청소하면 편하다. 위를 닦으면서 떨어진 부스러기나 물기가 아래쪽으로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마른 음식물 찌꺼기를 제거하고, 그다음 내부 표면을 닦는다. 분리 가능한 선반이나 서랍은 제조사의 사용설명서를 확인한 뒤 안전하게 분리해 청소한다.
냉장고 소재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세척 방법이 다를 수 있으므로 강한 세제나 거친 수세미를 무조건 사용하는 것은 피하는 편이 좋다.
청소가 끝난 뒤에는 남아 있는 물기도 확인한다.
5. 음식물을 바로 넣지 말고 한 번 더 분류한다
청소가 끝났다고 기존 위치 그대로 음식을 다시 넣으면 며칠 뒤 원래 상태로 돌아가기 쉽다.
다시 넣을 때는 사용 빈도를 기준으로 나눠보자.
자주 먹는 반찬은 눈에 잘 보이는 곳, 가끔 사용하는 소스는 한곳에 모아두는 식이다. 비슷한 식재료를 같은 구역에 두면 무엇이 있는지 찾기도 쉬워진다.
특히 새로 산 제품을 앞에 놓고 기존 제품을 뒤로 밀어버리면 오래된 음식이 계속 남을 수 있다. 기존에 보관하던 식품을 먼저 확인하기 쉬운 위치에 두는 습관이 식재료 관리에 도움이 된다.
냉장고 청소를 어렵게 만드는 대표적인 실수
가장 흔한 실수는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려고 하는 것이다.
냉장실, 냉동실, 문 수납칸을 모두 한 번에 정리하려 하면 예상보다 시간이 길어져 중간에 지치기 쉽다.
처음이라면 냉장실부터 시작해도 충분하다.
또 하나는 정리용품부터 준비하는 것이다. 수납용기가 많다고 냉장고가 자동으로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먼저 어떤 음식이 자주 들어오는지 파악한 뒤 필요한 정리 방법을 정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내가 해보니 달라졌던 점
처음에는 냉장고 청소를 시작하면 두세 시간씩 붙잡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음식물을 종류별로 꺼내고 위에서 아래로 닦는 순서를 정하니 중간에 같은 일을 반복하는 일이 줄었다.
무엇보다 청소 자체보다 평소 음식 위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냉장고를 깨끗하게 사용하는 데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청소 후 5분만 투자해 확인할 것
마지막에는 냉장고 문을 닫기 전에 간단하게 확인한다.
흘린 음식물이 남아 있지 않은가
오래된 식재료가 뒤쪽에 숨어 있지 않은가
같은 종류의 식품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지 않은가
용기 바닥에 음식물이 묻어 있지 않은가
자주 사용하는 음식이 찾기 쉬운 위치에 있는가
냉장고 청소의 목적은 단순히 내부를 반짝이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가지고 있는 식재료를 쉽게 확인하고, 다음 청소가 어렵지 않은 상태를 만드는 것까지가 정리의 일부다.
핵심 요약
냉장고 청소는 바로 닦기보다 내부 상태를 확인하고 음식물을 먼저 분류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음식물을 꺼낸 뒤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청소하면 같은 부분을 반복해서 닦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청소 후에는 사용 빈도와 식품 종류에 따라 위치를 정해두면 정돈된 상태를 유지하기 쉽다.
처음부터 냉장고 전체를 완벽하게 청소하려 하기보다 구역을 나눠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음 편 예고
다음 편에서는 ‘냉장고 청소 전 음식물 꺼내기, 버릴 것과 남길 것 구분하는 법’을 다룬다. 날짜만 보고 판단하기 어려운 식재료를 정리할 때 어떤 부분을 확인하면 좋은지 순서대로 살펴볼 예정이다.
여러분은 냉장고를 정리할 때 가장 버리기 아까워서 오래 남겨두게 되는 음식이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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